
영아 자아발달 시기: “내 거야, 내가 할래”가 많아지는 이유
어느 순간부터 아이가 달라집니다.
밥을 먹여주려고 하면 숟가락을 빼앗아 직접 먹겠다고 합니다.
신발을 신겨주려고 하면 발을 빼며 자기가 하겠다고 하고, 장난감을 정리해주려고 해도 손을 밀어냅니다.
그리고 하루에도 몇 번씩 들리는 말이 있습니다.
“내가!”
“내 거야!”
“싫어!”
어제까지만 해도 어른이 해주는 대로 잘 따라오던 것 같은데 갑자기 자기주장이 강해진 모습을 보면 부모는 당황합니다.
“벌써 고집이 생긴 걸까?”
“이렇게 자기 마음대로 하게 둬도 되는 걸까?”
하지만 이 시기의 ‘내가!’에는 단순한 고집 이상의 의미가 숨어 있습니다.
아이가 조금씩 ‘나’라는 존재를 알아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기의 자아는 언제부터 발달할까요?
자아발달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는 것이 아닙니다.
아기는 태어난 순간부터 양육자와 상호작용하면서 자신의 몸과 감각, 행동 그리고 주변 사람의 반응을 경험합니다.
내가 울면 누군가 다가옵니다.
소리를 내면 엄마가 대답합니다.
웃으면 상대도 웃습니다.
손을 뻗으면 장난감이 움직입니다.
이러한 수많은 경험이 쌓이면서 아기는 점차 자신과 주변 세계의 관계를 알아갑니다.
따라서 자아발달을 단순히 “몇 개월부터 시작된다”라고 한 시점으로 정하기보다는 영아기 동안 여러 단계의 경험을 거쳐 점차 발달한다고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0~6개월, 나와 세상을 경험하기 시작해요
생후 초기 아기는 아직 성인처럼 자신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과 움직임을 경험합니다.
손을 움직이고, 발을 차고, 자신의 손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경험은 사람과의 상호작용입니다.
아기가 울었을 때 양육자가 안아주고, 아기가 옹알이를 하면 어른이 대답하고, 눈을 맞추며 웃어주는 경험이 반복됩니다.
이 과정에서 아기는 자신의 행동과 주변의 반응 사이의 관계를 경험합니다.
아직 “나는 누구야”라고 생각할 수는 없지만 이후 자아발달의 기초가 되는 경험들이 쌓이고 있는 것입니다.

6~12개월, 내가 움직이면 무언가 달라져요
아기가 조금 더 자라면서 자신의 행동이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경험이 많아집니다.
장난감을 흔들면 소리가 납니다.
공을 밀면 굴러갑니다.
숟가락을 떨어뜨리면 바닥에 떨어집니다.
또 떨어뜨립니다.
어른이 다시 주워줍니다.
그리고 또 떨어뜨립니다.
어른 입장에서는 “왜 자꾸 떨어뜨리지?” 싶지만 아이에게는 흥미로운 탐색이 될 수 있습니다.
“내가 이렇게 하니까 이런 일이 일어나는구나.”
자신의 행동과 결과를 연결해 경험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 시기에는 익숙한 사람과 낯선 사람을 구별하는 모습이 더욱 뚜렷해지고 낯가림이나 분리불안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러한 변화 역시 사람과 환경을 구별하고 관계를 인식해 가는 발달 과정과 함께 나타날 수 있습니다.
12~18개월, "내가 해 볼래"의 씨앗이 보여요
돌이 지나면서 아이의 행동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납니다.
어른이 해주던 일을 직접 해보려고 합니다.
숟가락을 잡고 밥을 떠보려고 합니다.
양말을 잡아당겨 벗어봅니다.
모자를 직접 써봅니다.
빗을 들고 머리를 빗는 흉내도 냅니다.
잘하지 못해도 계속 시도합니다.
어른이 도와주려고 하면 손을 밀어내기도 합니다.
이때부터 부모는 아이의 ‘고집’이 강해졌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아이가 자신의 몸을 움직여 스스로 해보는 즐거움과 능력을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결과가 완벽하지 않아도 가능한 일은 충분히 시도할 시간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18~24개월, "나"를 발견하는 중요한 변화
18~24개월 무렵에는 자기인식과 관련된 중요한 변화가 나타납니다.
발달심리 연구에서 잘 알려진 방법 중 하나가 거울 자기인식 검사입니다.
아이의 얼굴에 자신도 모르게 표시를 해놓고 거울을 보여주었을 때, 어린 영아는 거울 속 얼굴을 만지려 하지만 자기 인식이 발달하면서 거울이 아닌 자신의 얼굴에 있는 표시를 만지는 행동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거울 자기인식은 대체로 생후 두 번째 해에 발달하기 시작하며 개인차가 있습니다.
즉 아이가 점차 거울 속 사람이 바로 ‘나’라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 시기를 전후로 자신의 이름을 인식하고 자기 자신을 가리키거나 ‘나’와 관련된 표현을 사용하는 모습도 점차 늘어납니다.

"내 거야!"가 많아지는 것도 자아발달일까요?
두 돌을 전후해 어린이집에서도 정말 많이 들리는 말입니다.
“내 거야!”
친구가 장난감을 만지려고 하면 품에 꼭 안습니다.
때로는 어린이집의 공동 놀잇감인데도 “내 거야”라고 합니다.
부모는 걱정합니다.
“우리 아이가 욕심이 너무 많은 걸까요?”
하지만 어린 영아에게는 아직 소유와 공유의 개념이 성인처럼 완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이 발달하면서 ‘나’와 ‘내 것’에 대한 관심도 함께 강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욕심부리면 안 돼. 친구랑 나눠 써야지.”라고 하기 전에 아이의 마음을 먼저 말로 표현해 줄 수 있습니다.
“○○가 가지고 놀고 있었구나.”
“계속 가지고 놀고 싶었구나.”
그다음 또래와 함께 생활하는 방법을 천천히 알려줍니다.
“○○가 다 놀고 나면 친구에게 줄까?”
자아가 발달한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공유 능력까지 동시에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래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도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배워갑니다.
"싫어!"가 많아진 아이, 왜 그럴까요?
“씻자.”
“싫어!”
“옷 입자.”
“싫어!”
“이제 집에 가자.”
“싫어!”
부모에게는 정말 힘든 시기가 시작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싫어’라는 말도 중요한 표현일 수 있습니다.
“나는 엄마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
“나는 이것을 하고 싶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능력이 발달하고 있는 것이지요.
물론 모든 요구를 들어주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안전이나 생활에 필요한 경계는 어른이 정해주어야 합니다.
다만 아이가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해줄 수 있습니다.
“더 놀고 싶어서 가기 싫구나. 그런데 이제 집에 갈 시간이야.”
아이의 감정은 인정하면서 필요한 경계는 유지하는 것입니다.
"내가 할래"할 때 얼마나 더 기다려줘야 할까요?
아이가 무엇이든 혼자 하겠다고 하면 어른은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아침에는 시간도 없습니다.
신발 하나 신는 데 몇 분이 걸리고 지퍼 하나 올리는데 한참을 씨름합니다.
결국 어른이 대신해주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상황이 허락한다면 아이에게 직접 시도할 시간을 조금 주는 것이 좋습니다.
잘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한번 해봤다’는 경험입니다.
반대로 아이가 끝까지 혼자 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해보다 어려우면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어디까지 혼자 해볼까?”
“어려우면 엄마에게 도와달라고 해도 돼.”
이렇게 이야기해 주면 좋습니다.
스스로 해보는 힘과 도움을 요청하는 힘은 서로 반대되는 능력이 아닙니다.
둘 다 자립해 가는 아이에게 필요한 경험입니다.
고집이 세진 것이 아니라 '나'를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어제까지 엄마가 해주던 것을 오늘은 자기가 하겠다고 합니다.
친구와 잘 놀다가 갑자기 “내 거야!”라고 외칩니다.
무엇을 물어봐도 “싫어”부터 말합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갑자기 까다로워졌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행동 뒤에는 중요한 변화가 있을 수 있습니다.
“나는 엄마와 다른 사람이야.”
“나에게도 원하는 것이 있어.”
“내가 직접 해보고 싶어.”
아이에게 ‘나’가 생겨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영아의 자아발달 시기에는 아이를 무조건 이기려 하기보다 안전한 범위 안에서 선택하고 시도할 기회를 주는 것이 좋습니다.
“빨간 양말 신을까, 파란 양말 신을까?”
“혼자 해볼래, 조금 도와줄까?”
작은 선택과 작은 성공이 쌓이면서 아이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알아갑니다.
“내가!”라는 말이 많아졌다면
그저 고집이 늘어난 것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아이는 지금 세상 속에서 아주 중요한 한 사람,
‘나’를 발견하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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