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을 확장하는 힘, 상상력과 창의력: 아이의 엉뚱한 생각을 지켜주세요
아이들과놀이하다 보면 어른의 생각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던 말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블록 하나를 귀에 대고 말합니다.
“여보세요? 엄마?”
조금 전까지 휴대전화였던 블록을 바닥에 놓더니 이번에는 자동차가 됩니다.
“부릉부릉! 출발합니다.”
잠시 후에는 그 블록을 접시에 올려놓고 말합니다.
“선생님, 케이크 드세요.”
어른에게는 똑같은 블록 하나입니다.
하지만 아이의 머릿속에서는 휴대전화가 되었다가 자동차가 되고, 다시 맛있는 케이크가 됩니다.
아이들은 이렇게 눈앞에 보이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다른 가능성’을 만들어냅니다.
바로 상상력과 창의력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상상력과 창의력은 같은 것일까요?
두 단어를 비슷하게 사용하지만 조금 다르게 이해하면 아이의 놀이를 바라보기가 쉬워집니다.
상상력은 지금 눈앞에 없는 것을 머릿속으로 떠올려보는 힘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종이상자를 보며 자동차를 떠올리고, 나뭇가지를 마법 지팡이라고 생각하고, 인형에게 마음과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것이지요.
반면 창의력은 기존의 경험이나 생각을 새롭게 연결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나 방법을 만들어내는 능력과 관련됩니다.
아이가 종이상자를 자동차라고 상상한 뒤 바퀴가 필요하다며 종이접시를 가져오고, 운전대를 만들고, 친구와 함께 자동차 여행 놀이로 발전시킨다면 생각이 점점 확장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창의력은 그림을 잘 그리거나 만들기를 잘하는 능력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다르게 생각해 보고, 연결해 보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 보는 힘 역시 창의적인 사고의 중요한 모습입니다.

아이의 창의력은 놀이에서 보입니다
아이들을 관찰해보면 상상력과 창의력은 특별한 활동시간에만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평범한 놀이에서 자주 발견됩니다.
블록으로 집을 만들던 아이가 갑자기 블록을 길게 늘어놓으며 기차라고 합니다.
천 한 장을 머리에 쓰고 공주가 되었다가 바닥에 펼쳐 바다가 되었다고 합니다.
휴지심은 망원경이 되고 빈 상자는 로봇이 됩니다.
그림 속 사람에게 날개를 그려놓고 “우리 아빠는 회사에 빨리 가려고 날아가요.”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어른은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장난이 아닙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경험과 새로운 생각을 연결하여 세상에 없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그건 아니야”라는 말이 너무 빨리 나오지는 않나요?
아이가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늘을 분홍색으로 칠합니다.
어른은 무심코 말할 수 있습니다.
“하늘은 파란색이지.”
아이가 상자를 세워놓고 자동차라고 합니다.
“자동차는 그렇게 생기지 않았는데?”
아이가 블록을 이상한 방향으로 쌓고 있으면,
“그렇게 하면 무너져. 이렇게 해야지.”
하고 어른이 먼저 방법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물론 아이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어야 하는 상황도 있습니다.
하지만 놀이에는 반드시 하나의 정답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하늘을 분홍색으로 칠했다면,
“분홍색 하늘이네. 어떤 하늘이야?”
라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아이가 상자를 자동차라고 한다면,
“어디로 가는 자동차야?”
라고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아이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이건 달나라 가는 자동차야.”
“밤에는 날개가 나와.”
“토끼도 같이 타.”
질문 하나로 아이의 생각이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입니다.
창의력을 키우는 질문은 조금 다릅니다
아이의 생각을 확장하고 싶다면 어른이 답을 알려주기보다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질문을 해볼 수 있습니다.
“이게 뭐야?”라고 묻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다음에는 어떻게 될까?”
“다른 방법으로도 해볼 수 있을까?”
“여기에 무엇을 더 만들고 싶어?”
“만약 ○○가 없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너는 어떻게 생각해?”
와 같은 질문을 해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질문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질문을 던진 뒤 바로 답을 알려주지 않고 기다려보세요.
아이의 대답이 어른이 예상했던 것과 달라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바로 그 순간이 아이만의 생각이 나타나는 순간일 수 있습니다.

특별한 창의력 교구가 있어야 할까요?
아이의 창의력을 키워준다고 하면 특별한 교구나 프로그램부터 떠올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사용 방법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은 재료가 훌륭한 놀이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종이상자, 휴지심, 천 조각, 종이컵, 나뭇잎, 나뭇가지, 돌멩이, 블록 등이 대표적입니다.
완성된 자동차 장난감은 자동차로 놀이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빈 상자는 자동차가 될 수도 있고 집이나 침대, 동물병원, 우주선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정해진 기능이 적기 때문에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더 많이 넣을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좋은 놀잇감은 반드시 비싸거나 기능이 많을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의 생각이 들어갈 빈자리가 있는 재료도 좋은 놀잇감이 될 수 있습니다.
“심심해” 하는 시간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계속 새로운 놀이나 활동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아이가 심심해하면 어른이 바로 놀잇감을 꺼내주고 영상을 보여주거나 놀이 방법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은 시간에 아이가 스스로 놀이를 찾아보는 경험도 의미가 있습니다.
“뭐 하고 놀지?”
생각하다가 쿠션을 가져옵니다.
쿠션을 줄지어 놓더니 징검다리가 됩니다.
잠시 후에는 집이 되고 그 안에 인형을 데려옵니다.
어른이 놀이를 완성해서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가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다만 어린아이에게 무조건 혼자 놀라고 두는 것이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이가 스스로 탐색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과 충분한 시간이 함께 필요합니다.
실패했을 때 바로 고쳐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블록을 높이 쌓다가 무너졌습니다.
아이가 다시 쌓습니다.
또 무너집니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어른은 답답합니다.
“밑에 큰 걸 놓아야지.”
방법을 알려주고 싶어 집니다.
하지만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면 조금 기다려봐도 좋습니다.
아이가 블록의 위치를 바꿔봅니다.
넓게 놓아보기도 합니다.
친구가 만든 것을 보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단순히 블록을 쌓는 것 이상의 경험을 합니다.
생각하고, 실패하고, 방법을 바꾸고, 다시 시도합니다.
창의력은 멋진 결과물을 만드는 능력만이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 보는 힘과도 연결됩니다.
그림을 잘 그려야 창의적인 아이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창의력은 미술 영역에만 있는 능력이 아닙니다.
친구와 놀이 방법을 새롭게 만드는 아이,
이야기의 결말을 다르게 상상하는 아이,
문제가 생겼을 때 새로운 해결방법을 생각하는 아이,
익숙한 물건을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아이,
자신만의 규칙을 만들어 놀이하는 아이에게도 창의적인 사고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의 창의력을 결과물만 보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완성된 작품보다 아이가 무엇을 생각했고, 어떻게 시도했으며, 생각을 어떻게 바꾸어갔는지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의 엉뚱한 생각을 지켜주세요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어른의 기준으로는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를 참 많이 듣습니다.
“선생님, 달에 집이 있어요.”
“공룡이 엘리베이터 타고 왔어요.”
“비가 구름에서 떨어졌다가 밤에 다시 올라가요.”
우리는 정답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확하게 알려주고 싶어 집니다.
하지만 모든 순간이 정답을 가르쳐야 하는 순간은 아닙니다.
때로는 이렇게 대답해 보세요.
“정말? 그다음에는 어떻게 됐어?”
그러면 아이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됩니다.
상상력은 눈앞에 없는 것을 그려보게 하고, 창의력은 그 생각을 새로운 방향으로 뻗어나가게 합니다.
어른이 아이에게 새로운 생각을 모두 가르쳐줄 수는 없습니다.
대신 아이가 떠올린 생각을 너무 빨리 고치지 않고 충분히 펼쳐볼 수 있도록 기다려줄 수는 있습니다.
“정답이 뭐야?”보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그 한마디가 아이의 생각을 오늘보다 조금 더 멀리 데려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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