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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며 배우는 제이

생각을 조절하는 힘, 실행기능: 기다리고 멈추고 다시 해보는 아이의 힘

by 꿈꾸는 제이제이 2026.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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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행기능에-대해-알려드립니다.

 

생각을 조절하는 힘, 실행기능: 기다리고 멈추고 다시 해보는 아이의 힘

“하지 말라고 했는데 왜 또 할까요?”

“분명히 알아들었는데 조금 지나면 또 뛰어요.”

“친구 장난감을 기다렸다가 사용하자고 여러 번 이야기했는데 또 먼저 손이 나가요.”

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면 어른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순간이 있습니다.

아이도 규칙을 알고 있습니다. “복도에서는 걸어야 해.”라고 물어보면 정확하게 대답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막상 신이 나면 다시 뛰기 시작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알면서 일부러 그러는 건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그 순간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는 것’은 다른 능력입니다.

여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실행기능(Executive Function)입니다.

 

실행기능이란?

실행기능이라는 말은 조금 어렵게 들립니다.

쉽게 표현하면 생각하고, 멈추고, 기억하고, 상황에 맞게 행동을 조절하는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어떤 일이 생겼다고 생각해 볼까요.

친구가 재미있는 자동차를 가지고 놀고 있습니다.

아이는 자동차를 갖고 싶습니다.

마음이 먼저 말합니다.

‘나도 갖고 싶어.’

그 순간 바로 자동차를 가져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자기 조절 능력이 발달하면 아이는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친구가 사용하고 있으니까 기다려야 해.’

그리고 실제로 손을 멈추고 기다립니다.

바로 이 과정에 실행기능이 관여합니다.

실행기능은 한 번에 완성되는 능력이 아닙니다. 영유아기부터 발달하기 시작해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거치며 계속 발달합니다.

그래서 어린아이에게 어른과 같은 수준의 자기 조절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실행기능은-하루-아침에-생기지-않습니다.

 

실행기능의 세 가지 핵심 능력

실행기능을 이해할 때 흔히 세 가지 핵심 능력을 이야기합니다.

 

1. 하고 싶어도 잠깐 멈추는 힘, 억제조절

친구가 가지고 있는 장난감이 갖고 싶습니다.

맛있는 간식을 보면 바로 먹고 싶습니다.

재미있어서 교실에서 뛰고 싶습니다.

이때 자신의 행동을 잠깐 멈추는 능력이 억제조절입니다.

어린아이에게 “하지 마”라고 말했는데 또 같은 행동을 하는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습니다.

규칙을 몰라서가 아니라 알고 있는 규칙대로 자신의 행동을 멈추는 힘이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뛰지 마!”라고 반복하기보다,

“우리 발을 천천히 움직여볼까?”

“여기서는 걸어가고 밖에 나가서 뛰어보자.”

처럼 아이가 실제 행동을 조절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2. 해야 할 일을 머릿속에 담아두는 힘, 작업기억

“신발 벗고 가방 정리하고 손 씻고 오세요.”

어른에게는 간단한 말입니다.

하지만 어린아이에게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들어 있습니다.

신발을 벗어야 하고, 가방을 정리해야 하고, 그다음 손도 씻어야 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작업기억입니다.

작업기억은 필요한 정보를 잠시 머릿속에 유지하면서 그것을 이용해 행동하는 능력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첫 번째 행동은 했는데 그다음 행동을 잊어버렸다고 해서 일부러 말을 듣지 않은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특히 어린 연령일수록 여러 가지 지시를 한꺼번에 주기보다

“먼저 신발을 벗어볼까?”

그리고 끝난 후

“이제 가방을 정리해 보자.”

처럼 순서를 나누어 알려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3.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생각하는 힘, 인지적 유연성

아이가 블록으로 높은 탑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어떤 아이는 바로 울거나 화를 냅니다.

반면 조금 시간이 지나면,

“이번에는 밑에 큰 블록을 놓아볼까?”

하며 다른 방법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상황이 달라졌을 때 기존 방법만 고집하지 않고 생각이나 행동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인지적 유연성이라고 합니다.

친구와 역할놀이를 하다가 역할을 바꾸는 것, 예정했던 야외놀이를 비 때문에 실내놀이로 바꾸는 것, 퍼즐이 맞지 않을 때 다른 조각을 시도하는 것에도 이런 능력이 필요합니다.

 

알면서 또 하는 이유

아이를 키우거나 가르치면서 어른이 가장 답답하게 느끼는 순간 중 하나입니다.

분명히 설명했습니다.

아이도 “알았어요.”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똑같은 행동을 합니다.

이때 우리는 쉽게 생각합니다.

“말을 안 듣네.”

하지만 아이에게는 규칙을 이해하는 것뿐 아니라 그 규칙을 필요한 순간에 떠올리고, 하고 싶은 행동을 멈추고, 다른 행동을 선택하는 과정까지 필요합니다.

이 모든 과정에는 실행기능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아이가 규칙을 한 번 이해했다고 해서 바로 모든 상황에서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른에게는 당연한 ‘잠깐 생각하고 행동하기’가 어린아이에게는 아직 연습 중인 능력일 수 있습니다.

 

실행기능은-놀이-속에서-자랍니다.

 

놀이 속에서 자라는 실행기능

그렇다면 실행기능을 키우기 위해 특별한 학습을 해야 할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은 일상의 놀이 속에서 실행기능을 사용할 기회를 끊임없이 만납니다.

예를 들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처럼 신호에 맞춰 움직였다가 멈추는 놀이는 자신의 행동을 조절해야 합니다.

간단한 보드게임에서는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규칙을 기억해야 합니다.

역할놀이를 할 때는 “나는 엄마, 너는 아기”와 같은 역할을 기억하면서 상황에 맞게 행동해야 합니다.

블록놀이에서는 원하는 모양이 만들어지지 않을 때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림을 그리거나 만들기를 할 때도 무엇을 만들지 생각하고 필요한 재료를 선택하고 계획한 것을 완성해 가는 경험을 합니다.

아이에게는 이런 평범한 놀이 하나하나가 생각을 조절하는 연습이 됩니다.

 

부모와 교사가 할 일

첫 번째는 기다려주는 것입니다.

아이가 문제를 만났을 때 어른이 바로 해결해 주면 빠르고 편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생각해 볼 기회는 줄어듭니다.

블록이 무너졌을 때 바로 다시 만들어주기보다,

“어떻게 하면 안 무너질까?”

하고 잠시 기다려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 것입니다.

특히 어린아이에게는 여러 단계의 지시보다 짧고 구체적인 안내가 이해하고 실행하기 쉽습니다.

세 번째는 정답보다 과정을 이야기해 주는 것입니다.

“잘했어!”도 좋지만,

“하고 싶었는데 기다렸구나.”

“첫 번째 방법이 안 되니까 다른 방법을 생각했네.”

“기억하고 스스로 했구나.”

처럼 아이가 어떤 조절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주면 좋습니다.

 

실행기능이 좋은 아이는 말 잘 듣는 아이?

실행기능을 단순히 말을 잘 듣거나 얌전히 있는 능력으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실행기능의 목적은 아이를 어른의 지시에 잘 따르게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필요한 정보를 기억하고, 충동을 조절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새로운 방법을 찾아가는 힘입니다.

결국 아이가 점차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 능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린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자기 조절이 아니라 충분히 연습할 수 있는 경험입니다.

 

기다리고, 멈추고, 다시 해 보는 아이

친구가 가지고 있는 장난감을 갖고 싶지만 기다려보는 것.

신발을 벗고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기억해 보는 것.

블록이 무너졌지만 다시 방법을 바꿔 쌓아 보는 것.

놀이가 더 하고 싶지만 정리시간이 되면 조금씩 마음을 전환해 보는 것.

어른의 눈에는 아주 작은 행동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순간 아이의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생각과 조절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기다리는 힘.
멈추는 힘.
기억하는 힘.
그리고 다시 생각해 보는 힘.

이 작은 힘들이 쌓여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으로 자라납니다.

그래서 아이가 오늘 또 실수했다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니?”라고 생각하기 전에 한 번쯤 이렇게 바라봐도 좋겠습니다.

“아직 배우고 있는 중이구나.”

아이의 실행기능은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수많은 기다림과 놀이, 실패와 재도전 속에서 조금씩 자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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