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 물건 만지는 것을 너무 싫어하는 아이, 친구가 조금만 건드려도 화내는 이유는?
"내 거야! 만지지 마!"
친구가 장난감을 살짝 만졌을 뿐인데 화를 내거나, 자신의 가방이나 물건에 다른 아이가 손을 대는 것을 유난히 싫어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심한 경우 친구가 가까이 오는 것만으로 물건을 품에 안거나 숨기기도 하지요. 부모님은 이런 모습을 보면 걱정합니다.
"우리 아이가 너무 욕심이 많은 걸까요?"
"친구에게 양보할 줄 모르는 것 같아요."
하지만 교사는 이런 행동을 보면서 아이를 '욕심이 많은 아이'라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이가 소유의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자신의 영역을 얼마나 중요하게 느끼는지, 어떤 상황에서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먼저 관찰합니다.
"내 거야!"는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입니다
어린아이에게 '내 것'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특히 영아기를 지나면서 아이는 점차
내 장난감,
내 가방,
내 자리,
내 엄마처럼
'나'와 '다른 사람'을 구분하고 자신의 소유를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물건을 지키려는 행동 자체는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어른에게는 작은 자동차 하나일 뿐이지만 아이에게는 아주 특별한 물건일 수도 있습니다.

친구가 만지는 순간 빼앗겼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어른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잠깐 같이 가지고 놀면 되잖아."
하지만 어린아이에게는 아직 '친구가 잠깐 사용한 뒤 다시 돌려준다'는 개념이 충분히 자리 잡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친구가 자신의 장난감을 집어 드는 순간
'내 것을 가져갔다.'
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장난감을 급하게 빼앗거나
"내 거야!"
라고 크게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이 행동을 무조건 이기적인 행동으로 해석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유독 특정 물건만 못 만지게 한다면?
모든 물건이 아니라 특정 물건에만 민감한 아이도 있습니다.
매일 가지고 자는 인형,
부모에게 선물 받은 자동차,
어린이집에 처음 가지고 온 가방처럼 아이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물건입니다.
이런 물건은 아이에게 단순한 소유물이 아니라 안정감을 주는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특정 물건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면 무조건 친구와 공유하도록 하기보다 그 물건이 아이에게 어떤 의미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교실에서는 이런 모습도 보입니다
제가 만났던 한 아이는 자신이 만든 블록 작품에 친구가 손을 대는 것을 매우 싫어했습니다.
친구가 블록 하나를 만지려고 하면 곧바로
"안 돼! 내 거야!"
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처음에는 장난감을 공유하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계속 관찰해 보니 조금 달랐습니다.
공용 장난감은 친구들과 잘 사용했지만 자신이 오랫동안 만든 작품을 누군가 건드리는 것에 특히 민감했던 것입니다.
교사가
"친구가 네가 만든 것을 보고 싶었나 봐. 만져도 되는지 먼저 물어보자."
라고 중재하자 아이도 조금씩 자신의 의사를 말로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만지지 마."
"이거는 같이 해도 돼."
아이에게 필요했던 것은 무조건적인 양보가 아니라 자신의 경계를 표현하는 방법이었습니다.
무조건 "친구랑 같이 써야지"라고 하지 마세요
친구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면 부모나 교사가 쉽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친구한테 좀 빌려줘."
"같이 가지고 놀아야 착한 아이야."
"친구가 잠깐 만지는 건데 왜 그래?"
하지만 아이의 모든 물건을 반드시 다른 사람과 공유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른에게도 다른 사람이 함부로 만지지 않았으면 하는 물건이 있습니다.
아이에게도 자신의 물건에 대한 경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내 물건을 존중받아본 경험이 있는 아이가 다른 사람의 물건도 존중하는 방법을 배우기 쉽습니다.
대신 '묻고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친구가 가지고 있는 물건이 필요할 때는
"나도 해봐도 돼?"
"다 하고 나면 빌려줄래?"
라고 물어보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반대로 자신의 물건을 친구에게 주고 싶지 않을 때도
"지금은 내가 하고 있어."
"다 하고 줄게."
"이건 만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처럼 말로 표현하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 양보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과 경계를 적절한 방법으로 표현하도록 가르치는 것입니다.
공용 물건과 개인 물건도 구분해 주세요
어린이집에는 친구들과 함께 사용하는 장난감이 있습니다.
반면 가방이나 개인 소지품처럼 각자의 물건도 있습니다.
아이에게 이 차이를 알려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이 블록은 어린이집 친구들이 함께 사용하는 거야."
"이 가방은 네 물건이니까 친구가 사용하려면 먼저 물어보는 게 좋겠지."
이런 경험을 반복하면서 아이는 조금씩 소유와 공유의 규칙을 배워갑니다.
부모가 먼저 아이의 경계를 존중해 주세요
의외로 중요한 부분입니다.
아이의 물건을 정리할 때도
"엄마가 이것 좀 옮겨도 될까?"
라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형제자매가 아이의 물건을 사용하고 싶어 한다면
"동생이 이 자동차 가지고 놀고 싶은가 봐. 빌려줄 수 있어?"
라고 아이의 의사를 먼저 확인해 주세요.
부모가 자신의 물건을 존중해 주는 경험을 통해 아이 역시 다른 사람의 물건에는 허락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됩니다.
이런 모습이 함께 나타나는지도 관찰해 보세요
자기 물건을 지키는 행동 하나만으로 아이의 사회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자신의 물건뿐 아니라 어린이집의 모든 장난감을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거나, 친구가 가까이 오는 것 자체를 지속적으로 힘들어하고, 사소한 변화에도 매우 큰 어려움을 보이는 등 여러 행동이 함께 지속된다면 교사와 부모가 아이의 모습을 함께 관찰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 장면이 아니라 여러 상황에서 반복되는 아이의 모습입니다.
마무리하며
자기 물건을 친구가 만지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를 보면 어른들은 먼저 '양보'를 가르치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내 것도 소중하고 친구의 것도 소중하다'는 경험입니다.
내 물건을 지키고 싶은 마음을 인정받고, 친구의 물건을 사용하고 싶을 때는 허락을 구하고,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차례를 정해 사용하는 경험이 반복되면서 아이는 조금씩 사회적 규칙을 배워갑니다.
그러니 아이가 "내 거야!"라고 외친다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 말속에는 욕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것은 나에게 소중한 것이야'라는 아이의 마음도 담겨 있을 수 있습니다.
양보를 먼저 가르치기보다 자신의 경계와 다른 사람의 경계를 함께 존중하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그것이 아이가 건강한 또래 관계를 만들어가는 또 하나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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