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를 따라 하기만 하는 아이, 괜찮을까요?
"친구가 하는 건 뭐든 따라 해요."
"친구가 뛰면 같이 뛰고, 친구가 고르면 똑같은 걸 골라요."
"자기 생각이 없는 것 같아서 걱정돼요."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관찰하다 보면 유독 친구의 행동을 많이 따라 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친구가 블록으로 자동차를 만들면 똑같이 만들고, 친구가 특정 색의 색연필을 고르면 같은 색을 집기도 합니다.
부모님은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아이가 주도성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걱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유아기의 모방은 중요한 학습 방법 중 하나입니다.
교사는 아이가 친구를 따라 한다는 사실 하나보다 누구를, 무엇을, 어떤 상황에서 따라 하는지를 함께 관찰합니다.
아이들은 따라 하면서 배웁니다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주변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고 모방하며 많은 것을 배웁니다.
박수를 따라 하고,
어른의 말투를 흉내 내고,
친구가 장난감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같은 방법으로 놀이합니다.
따라 하기는 단순한 흉내가 아닙니다.
아이에게는
'저렇게 하는 거구나.'
하고 새로운 행동과 놀이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친구를 따라 한다는 이유만으로 자기 생각이 없거나 창의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친구 놀이에 들어가는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보면 친구와 놀고 싶지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라 친구 행동부터 따라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친구가 자동차를 굴리면 옆에서 자동차를 굴리고,
친구가 블록을 높이 쌓으면 자신도 블록을 가져와 쌓습니다.
어른에게는 단순한 따라 하기로 보이지만 아이에게는
"나도 같이 놀고 싶어."
라는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또래 관계를 만들어가는 시기의 아이들에게 모방은 친구에게 다가가는 하나의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친구를 유독 따라 하기도 합니다
특정 친구만 따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친구 옆에 앉으려고 하고,
같은 장난감을 선택하고,
친구가 하는 말을 따라 하기도 합니다.
이런 행동에는 친구에 대한 관심이 담겨 있을 수 있습니다.
어른도 좋아하는 사람의 말투나 행동에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는 것처럼 아이도 자신이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친구의 행동을 따라 할 수 있습니다.
이때 바로
"왜 맨날 친구만 따라 해?"
라고 지적하기보다 아이가 그 친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 교실에서는 이런 모습이 보입니다
한 아이는 미술 활동을 시작할 때마다 옆 친구의 그림을 먼저 바라봤습니다.
친구가 빨간색을 사용하면 빨간색을 고르고,
친구가 동그라미를 그리면 비슷하게 동그라미를 그렸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충분한 시간을 두고 관찰해 보니 조금 다른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친구의 그림을 따라 그리면서 방법을 익힌 뒤에는 자신의 그림에 새로운 색을 더하고 다른 모양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모방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표현으로 가는 출발점이었던 것입니다.
"친구 따라 하지 마"라고 하기 전에
아이가 계속 친구를 따라 하면 부모는 자신의 생각을 갖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말하기 쉽습니다.
"친구 따라 하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걸 해."
하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자신이 배우고 있는 방법 자체를 부정당했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따라 하는 행동을 바로 막기보다 한 단계 확장해 주세요.
"친구가 멋진 탑을 만들었네. 너는 여기에 뭘 더 만들어보고 싶어?"
"친구는 파란색을 골랐구나. 너는 어떤 색을 하나 더 넣고 싶어?"
처럼 질문하는 것입니다.
모방에서 시작해 자기 생각을 하나씩 더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선택할 수 있는 경험을 많이 만들어 주세요
친구의 선택을 그대로 따라 하는 아이에게는 일상에서 작은 선택을 충분히 경험하게 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오늘은 빨간 컵이랑 노란 컵 중 어떤 걸 사용할래?"
"책 먼저 볼까, 블록 먼저 할까?"
"어떤 옷을 입고 싶어?"
중요한 것은 정답이 없는 선택을 경험하게 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선택하고 그 결과를 경험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아이는 조금씩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갑니다.
아이가 먼저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어른이 너무 빨리 질문하거나 선택지를 제시하면 아이가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뭐 만들 거야?"
라고 물었는데 아이가 바로 대답하지 않더라도 잠시 기다려주세요.
친구가 선택하기 전에 먼저 물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오늘은 어떤 놀이를 하고 싶어?"
"어떤 색부터 써볼까?"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아이도 있습니다.
칭찬할 때도 '자기 선택'을 발견해 주세요
아이의 결과만 칭찬하기보다 스스로 선택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주세요.
"친구랑 다르게 노란색도 넣어봤네."
"이번에는 네가 생각해서 긴 블록을 올렸구나."
"어떤 걸 할지 네가 직접 골랐네."
이런 경험은 아이가 자신의 생각과 선택에 관심을 갖도록 도와줍니다.
그렇다면 언제 조금 더 관찰해야 할까요?
친구를 따라 하는 행동 자체는 유아기에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거의 모든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행동이 있어야만 활동을 시작하거나, 자신의 선택을 매우 어려워하거나, 또래의 위험하거나 부적절한 행동까지 무조건 따라 하는 모습이 지속된다면 조금 더 세심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도 한 가지 행동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언어 표현, 놀이, 또래 관계, 새로운 상황에서의 반응 등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필요하다면 가정과 어린이집에서 관찰한 모습을 서로 공유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마무리하며
친구를 자꾸 따라 하는 아이를 보면 부모는
"우리 아이는 왜 자기 생각이 없을까?"
하고 걱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모방은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친구에게 관심을 갖고,
새로운 놀이 방법을 배우고,
또래 관계에 들어가는 방법을 익히고,
자신이 아직 해보지 않은 행동을 안전하게 시도해 보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친구가 만든 블록을 똑같이 만들어도 괜찮습니다.
오늘은 친구를 따라 만든 탑에 블록 하나를 더 올리고,
내일은 다른 색을 선택하고,
어느 날에는 자신만의 새로운 것을 만들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따라 하기'를 멈추게 하기보다, 그다음에 자기 생각을 하나 더 보탤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모방하며 배우던 아이는 그렇게 조금씩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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