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을 다르게 말해요. 거짓말일까요, 기억의 차이일까요?
“엄마, 오늘 선생님이 나 혼냈어.”
“친구가 나 때렸어.”
“오늘 어린이집에서 밥 안 먹었어.”
하원 후 아이에게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을 물어보면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교사에게 확인해 보면 아이가 이야기한 내용과 실제 상황이 조금 다를 때도 있습니다.
아이는 친구가 자신을 때렸다고 말했지만, 교사가 관찰한 상황에서는 친구와 장난감을 잡아당기다가 서로 몸이 부딪힌 일이었습니다.
아이는 선생님에게 혼났다고 이야기했지만, 실제로는 위험한 행동을 멈추도록 안내받은 상황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부모는 혼란스럽습니다.
“우리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걸까?”
“아직 어려서 기억을 잘못하는 걸까?”
반대로 교사 역시 아이의 이야기가 사실과 다르게 전달되면서 당황스러운 상황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유아가 경험한 일을 이야기하는 방식은 어른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을 다르게 말하는 이유와 부모와 교사가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지 알아보겠습니다.
1. 아이가 다르게 말한다고 모두 거짓말은 아닙니다
우리는 보통 거짓말을 사실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다르게 이야기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린아이의 말이 실제 상황과 다르다고 해서 반드시 의도적인 거짓말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아이에게는 자신이 경험한 일을 기억하고,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고, 적절한 단어로 설명하는 능력이 아직 발달하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이는 같은 상황을 경험하더라도 어른과 다른 부분에 주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교사는 친구들이 장난감을 서로 잡아당기는 장면을 보았지만, 아이는 친구가 자신의 손을 세게 잡았던 순간만 기억할 수 있습니다.
교사가 위험한 행동을 멈추도록 이야기한 상황도 아이에게는 무섭거나 속상한 경험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가 실제와 다르게 이야기했을 때는 의도적인 거짓말인지 판단하기 전에 아이가 무엇을 경험하고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영유아의 기억은 어른과 다르게 작동할 수 있어요
아이들도 자신이 경험한 일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어린아이의 기억은 어른처럼 사건의 시간과 순서, 원인과 결과를 정확하게 정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린이집에서 오전에는 친구와 장난감을 두고 다투었고, 오후에는 다른 친구와 즐겁게 놀이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부모가 묻습니다.
“오늘 친구랑 잘 놀았어?”
아이는 오전에 있었던 다툼이 먼저 떠올라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친구가 나랑 안 놀았어.”
이 말은 하루 종일 친구가 자신과 놀지 않았다는 뜻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기억하는 특정 순간의 경험을 이야기한 것일 수 있습니다.
또한 어제 있었던 일을 오늘 있었던 일처럼 말하거나, 비슷한 경험을 하나로 섞어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어린 연령에서는 언제, 누구와,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구분하여 설명하는 능력이 아직 발달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3. 아이는 사실보다 자신의 감정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어린이집에서 교사가 아이에게 이야기합니다.
“친구가 사용하고 있으니까 조금 기다리자.”
교사는 차례를 기다리는 방법을 안내한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는 장난감을 바로 사용하지 못해 속상했을 수 있습니다.
집에 돌아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선생님이 나 못 하게 했어.”
이 말에는 실제로 일어난 일과 아이가 느낀 감정이 함께 담겨 있을 수 있습니다.
아이는 자신이 느낀 속상함을 중심으로 상황을 기억하거나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이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사실관계를 살피는 것과 별개로 그 상황에서 아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도 중요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선생님이 못 하게 해서 속상했구나.”
이렇게 아이의 감정을 인정해 주면서도 실제 상황은 차분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감정을 인정한다는 것은 아이가 이야기한 모든 사실을 확인 없이 그대로 확정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4. 상상과 실제 경험이 섞여 이야기될 수도 있습니다
유아기에는 상상력이 활발하게 발달합니다.
역할놀이를 하면서 자신이 의사가 되기도 하고, 공룡을 만났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림책에서 본 장면을 자신의 경험처럼 표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린이집에서 소방관 역할놀이를 한 아이가 집에 돌아와 말합니다.
“오늘 내가 불 껐어!”
실제로 화재가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아이는 놀이 속에서 소방관이 되어 불을 끄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런 경우 아이의 이야기는 의도적인 거짓말이라기보다 놀이와 상상 경험을 표현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다만 유아가 항상 현실과 상상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연령과 발달 수준에 따라 구별하는 능력도 발달하며, 상황에 따라 표현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부모는 아이의 상상을 무조건 거짓말이라고 지적하기보다 다음과 같이 물어볼 수 있습니다.
“소방관 놀이를 했구나?”
“어떻게 불을 껐어?”
이렇게 이야기하면 아이의 놀이 경험을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5. 부모의 질문 방식이 아이의 대답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아이에게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을 물어볼 때는 질문 방식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이렇게 말합니다.
“친구가 나 밀었어.”
부모가 놀라서 묻습니다.
“친구가 일부러 밀었어?”
“많이 아팠어?”
“선생님은 아무것도 안 했어?”
이러한 질문은 부모가 걱정해서 하는 말이지만 아이에게 특정한 대답을 암시할 수 있습니다.
특히 어린아이는 질문에 담긴 정보를 자신의 기억과 혼동하거나 어른이 기대한다고 느끼는 방향으로 대답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실을 확인해야 할 때는 가능한 한 답을 미리 정해놓지 않은 질문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무슨 일이 있었어?”
“그다음에는 어떻게 됐어?”
“조금 더 이야기해 줄래?”
처럼 아이가 자신의 말로 이야기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기억하지 못하거나 더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답을 얻으려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6. 어린이집에서 실제로 볼 수 있는 사례
사례 ① “선생님이 나 혼냈어.”
아이가 집에 돌아와 선생님에게 혼났다고 이야기합니다.
부모는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교사에게 확인해 보니 아이가 교실에서 뛰다가 넘어질 위험이 있어 걷도록 안내한 상황이었습니다.
아이는 교사의 단호한 목소리를 혼났던 경험으로 받아들였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교사가 어떤 말을 했는지, 아이가 어떻게 반응했는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아이가 혼났다고 이야기했다는 이유만으로 단순한 오해라고 단정해서도 안 됩니다.
아이의 설명과 당시 상황을 충분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례 ② “친구가 나 때렸어.”
친구와 블록을 가지고 놀다가 서로 손이 부딪힌 상황이었습니다.
아이는 그 순간 아프거나 놀랐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친구가 자신을 때렸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교사가 모든 순간을 보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교사가 관찰한 내용만으로 아이의 이야기가 틀렸다고 판단하기보다, 당시 상황과 아이의 반응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사례 ③ “오늘 밥 하나도 안 먹었어.”
아이는 집에서 점심을 먹지 않았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어린이집 식사 기록에는 일정량을 먹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런 차이는 아이가 좋아하지 않는 반찬을 먹지 않았던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또는 실제로 식사량이 평소보다 적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아이의 말을 거짓말이라고 지적하기보다 교사의 식사 관찰 기록을 함께 살펴보면 좋습니다.
7. 아이가 다르게 이야기했을 때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차분하게 듣는 태도입니다.
아이가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를 했더라도 곧바로 놀라거나 화를 내기보다 끝까지 들어주세요.
“그랬구나.”
“그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 줄래?”
“속상했겠네.”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면서 상황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다음에는 필요한 경우 어린이집에 사실관계를 확인합니다.
이때도 아이의 말을 거짓말이라고 단정하거나 교사의 잘못을 미리 확정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오늘 친구에게 밀렸다고 이야기해서요. 어떤 상황이었는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문의하면 부모와 교사가 함께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와 교사 중 누구의 말이 맞는지 경쟁하듯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8. 보육교사는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까요?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경험한 일을 가정에 다르게 전달하는 상황은 교사에게도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방어적으로 대응하기보다 관찰한 사실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묻습니다.
“아이가 오늘 선생님께 혼났다고 하던데 무슨 일이 있었나요?”
이때,
“아이가 잘못 이야기한 거예요.”
라고 답하기보다,
“오늘 놀이 중 교실에서 뛰는 모습이 있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안내했습니다. 그때 아이가 잠시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처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교사는 자신이 직접 관찰한 행동과 상황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확인하지 못한 부분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해야 합니다.
특히 친구 간 다툼이나 안전사고와 관련된 내용은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기록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또한 아이가 집에서 다르게 이야기했다는 이유로 아이를 추궁하거나 부모에게 거짓말을 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9. 아이의 말을 무조건 믿거나 무조건 의심해서는 안 됩니다
이 주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아이가 경험한 일을 실제와 다르게 설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아이의 이야기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됩니다.
특히 신체적 폭력, 부적절한 접촉, 위협, 심한 두려움 등 안전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면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아이가 이야기한 내용을 차분히 듣고, 가능하면 아이가 사용한 표현 그대로 기록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반복해서 질문하거나 특정한 대답을 유도하지 않아야 합니다.
또한 아이의 말이 일부 모호하더라도 필요한 보호 조치와 사실 확인을 미뤄서는 안 됩니다.
학대나 심각한 안전 문제가 의심된다면 관련 기관의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아이의 기억이 완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과 아이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은 서로 모순되지 않습니다.
두 가지 모두 중요합니다.
10. 아이가 자신의 경험을 정확하게 이야기하도록 돕는 방법
아이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능력은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점차 발달합니다.
부모는 특별한 학습을 시키기보다 일상에서 있었던 일을 함께 떠올려볼 수 있습니다.
“오늘 놀이터에서 무엇을 했지?”
“미끄럼틀을 타고나서 무엇을 했어?”
“그때 어떤 기분이었어?”
이처럼 아이가 경험한 일을 떠올리고 시간 순서대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그림책을 읽은 뒤에도 비슷한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처음에 누가 나왔어?”
“그다음에는 무슨 일이 있었지?”
다만 정답을 맞히는 활동처럼 진행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아이가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을 억지로 떠올리게 하거나 부모가 원하는 내용으로 수정하도록 요구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의 말에는 사실과 감정이 함께 담겨 있을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에게 하루 동안 경험한 일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어떤 장면은 선명하게 기억하고, 어떤 부분은 잊어버릴 수 있습니다.
시간 순서가 바뀌기도 하고 자신의 감정을 중심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이가 이야기한 모든 내용을 단순한 기억의 차이로 넘겨서는 안 됩니다.
부모와 교사는 아이의 말을 존중하면서 필요한 사실을 확인하고, 아이가 자신의 경험을 안전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우리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걸까?”
이렇게 생각하기 전에 먼저 질문해 보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이는 그 상황을 어떻게 경험하고 기억하고 있을까?”
아이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출발점은 바로 그 질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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