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가 일부러 틀린 말을 하고 깔깔 웃는 이유, 유아기 말장난에 숨은 발달 이야기
“엄마, 강아지는 야옹야옹하지?”
“바나나는 파란색이야!”
분명 강아지가 ‘멍멍’ 짖는 것도 알고, 바나나가 노란색이라는 것도 아는 아이가 일부러 틀린 말을 한 뒤 깔깔 웃을 때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귀엽지만 이런 행동이 반복되면 부모님은 궁금해집니다.
“정말 헷갈리는 걸까?”
“틀린 말을 바로 고쳐줘야 하나?”
“왜 알면서도 자꾸 틀리게 말하지?”
하지만 아이가 정답을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엉뚱하게 말하고 부모의 반응을 보며 웃는다면 걱정할 행동이라기보다 언어를 가지고 놀기 시작한 모습일 수 있습니다.
유아기의 말장난에는 생각보다 재미있는 발달 과정이 숨어 있습니다.
1. 일부러 틀린 말을 하려면 먼저 '정답'을 알아야 합니다
아이에게 언어는 처음에는 자신의 욕구를 전달하는 수단입니다.
“물 주세요.”
“엄마 안아줘.”
“자동차 주세요.”
그러다가 언어 능력이 발달하면서 아이는 말에 재미있는 특징이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말을 일부러 다르게 하면 상대방의 반응도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고양이를 보며 일부러
“멍멍이다!”
라고 말합니다.
엄마가 놀란 표정으로
“어? 고양이가 멍멍한다고?”
하면 아이는 깔깔 웃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아이가 정말 고양이와 강아지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자신의 말이 왜 재미있는지도 알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평소에는 정확하게 구분하면서 장난칠 때만 일부러 바꾸어 말한다면 아이는 이미
‘무엇이 맞는지 알고 있지만 일부러 규칙을 바꾸는 재미’를 발견한 것일 수 있습니다.
2. 아이의 유머 감각이 자라고 있습니다
어른과 아이가 재미있어하는 것은 다릅니다.
어른에게는 별것 아닌 행동도 아이에게는 너무 재미있을 수 있습니다.
양말을 머리에 올려놓고
“내 모자야!”
숟가락을 귀에 대고
“여보세요?”
자동차를 들고
“부릉부릉 비행기 출발!”
이라고 말하며 한참 웃기도 합니다.
이런 행동이 재미있는 이유 중 하나는 아이도 원래 사용법과 실제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양말은 발에 신는 것이고 숟가락은 밥을 먹는 데 사용한다는 규칙을 알고 있지만 일부러 그 규칙을 바꿔봅니다.
예상했던 것과 다른 상황에서 재미를 발견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아이의 엉뚱한 말은 단순히 장난을 치는 것을 넘어 유머를 이해하고 만들어보는 경험이 될 수도 있습니다.
3. 부모와 친구의 반응도 살펴봅니다
아이는 말을 한 뒤 슬쩍 부모의 얼굴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엄마는 내가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할까?”
상대방의 반응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어제
“사과는 파란색이야!”
라고 했더니 엄마가 크게 웃었다면 오늘은
“딸기는 초록색이야!”
라고 해볼 수 있습니다.
어린이집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한 아이가 코끼리 그림을 보고
“개미다!”
라고 했는데 친구들이 크게 웃었다고 해볼까요?
아이는 자신이 한 말 때문에 친구들이 웃었다는 사실이 재미있습니다.
그러면 또 엉뚱한 말을 해봅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내가 한 말이 다른 사람의 감정과 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도 경험합니다.

4. "틀렸어"라고 바로 고쳐주기 전에 살펴보세요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틀린 말을 하면 바로잡아주고 싶습니다.
“아니야. 강아지는 멍멍이지.”
물론 아이가 실제로 단어를 잘못 알고 있다면 정확한 표현을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이미 알고 있으면서 장난을 치고 있다면 매번
“틀렸어.”
“그렇게 말하는 거 아니야.”
라고 끊을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아이의 장난을 재미있는 언어놀이로 확장해볼 수 있습니다.
아이가
“코끼리는 엄청 작아!”
라고 한다면,
“정말? 얼마나 작은데?”
라고 물어보세요.
아이가
“내 주머니에 들어갈 만큼!”
이라고 대답한다면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그럼 주머니 속 코끼리는 뭘 먹을까?”
단순한 말장난이 어느새 상상하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놀이로 발전합니다.
5. 엉뚱한 말을 상상놀이로 연결해 주세요
아이의 일부러 틀린 말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좋은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 어린이집에 공룡이 왔어!”
라고 장난스럽게 말한다면
“정말? 공룡이 어느 반에 들어갔어?”
라고 물어보세요.
“우리 반!”
“그럼 공룡은 의자에 어떻게 앉았어?”
“의자가 부서졌어!”
이렇게 부모와 아이가 말을 주고받다 보면 아이는 자신이 만든 상황에 새로운 내용을 계속 더하게 됩니다.
등장인물과 사건을 생각하고 앞뒤 이야기를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언어 표현과 이야기 구성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던 ‘그림 없이 이야기를 듣고 머릿속으로 장면을 만들어보는 경험’과 연결해 활용하기에도 좋은 놀이입니다.
6. 실제로 모르는 것과 장난으로 틀리는 것은 구분해 주세요
그렇다고 아이가 틀리게 말하는 것을 모두 말장난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구분할 때는 한 번의 말보다 평소 모습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소에는 정확하게 말하면서 장난칠 때만 일부러 바꾸어 말하고, 말한 뒤 웃거나 상대방의 반응을 살핀다면 언어유희를 즐기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특정 단어나 개념을 지속적으로 혼동하거나 평소 의사소통에서도 비슷한 어려움이 반복된다면 아이가 실제로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 조금 더 관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의 말 한마디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언어 이해와 표현, 놀이와 일상생활 전체를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무리하며
분명 알고 있는데 일부러 틀린 말을 하고 깔깔 웃는 아이.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정답부터 알려주려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이의 표정을 한번 살펴보세요.
말을 한 뒤 부모의 얼굴을 쳐다보며 웃고 있다면 아이는 어쩌면 이렇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엄마, 내가 재미있는 말 하나 해볼게!”
말을 정확하게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어를 뒤집고, 바꾸고, 상상하며 자유롭게 가지고 노는 경험도 아이에게는 즐거운 언어 경험입니다.
그러니 가끔은 아이의 엉뚱한 말에 함께 웃어주세요.
그리고 이렇게 물어보세요.
“정말? 그럼 그다음에는 어떻게 됐어?”
아이의 엉뚱한 한마디가 멋진 상상 이야기의 시작이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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