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교육을 위한 준비 사항
다양한 그림책 보기
한글을 잘 가르치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한글에 호기심을 느끼게 하는 환경 제공이 중요합니다. 그중 그림책에 대한 노출은 가장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입니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그림책을 보며 자연스럽게 한글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림책을 선택할 때에는 어른들의 기준에 맞춰 어휘력을 키워줄 수 있는 책을 고르기보다는 아이가 좋아하고, 그림이 관심을 끌고, 내용이 재밌는 것으로 선택합니다. 아무리 좋은 책을 읽어주어도 아이가 흥미가 없다면 아이는 책 읽기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아이의 흥미와 관심을 끄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글을 모르는 아이든, 글을 읽을 수 있는 아이든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시간은 꼭 필요합니다.
부모와의 소통 및 모델링
언어발달은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가 순차적으로 발달하는 것이 아닌 통합적으로 발달합니다. 따라서 4가지 영역이 일상생활에서 이루어지도록 돕습니다. 부모는 아이와의 적극적인 대화로 소통하고 아이의 말에 귀 기울여줍니다. 부모가 귀담아듣는 본보기가 되면 아이들은 말하기에 자신감을 얻고 다른 사람의 말에 더욱 귀 기울여 들으며 말하기, 듣기 능력이 향상됩니다. 이것은 나아가 읽기, 쓰기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또한 일상에서 부모가 책 읽기의 모범이 되면 아이들도 책 읽기의 소중함과 즐거움을 느끼고 배웁니다.
소근육 발달 돕기
한글 쓰기는 글자를 쓰는 것부터가 시작이 아닙니다. 아이들의 소근육이 발달하고 손에 힘이 길러져야 쓰기도 가능합니다. 손의 힘과 감각을 조절하고 활동에 흥미가 있어야 지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쓰기의 기초가 되는 활동들을 통해 손의 감각과 힘, 조절능력을 길러주고 재미를 갖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크레파스, 사인펜, 색연필, 다양한 굵기의 연필, 매직, 파스텔 등 여러 가지 도구로 끼적거리거나 선 긋기를 하는 등의 활동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끼적거리는 종이도 얇은 도화지, 두꺼운 도화지, 신문지, 한지, 색도화지, 골판지, 박스지 등 다양한 크기와 질감의 종이를 제공합니다. 다양한 쓰기 도구를 통해 활동에 즐거움을 느끼고 손의 감각과 힘을 조절하는 능력을 기르며 쓰기의 기초를 다집니다.
창의력 증진 활동 제공
언어는 사고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풍부한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 아이들의 상상력을 증가시키고 창의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제공해 줍니다. 단순히 그림책만 열심히 보여주는 것이 아닌 노래와 운율이 있는 시, 인형극, 뮤지컬, 말놀이 등 다양한 놀이와 경험을 통해 아이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높여줍니다. 단순히 문자만 익히는 언어교육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적절한 시기
한글 교육을 시작하는 시기에 대해서는 학자들도 여러 가지 의견이 많습니다. 유아교육전문가들이 많이 하는 이야기는 아이가 글자에 관심을 보일 때가 적절한 시기라고 합니다. 필자도 오랫동안 지도를 해 왔던 경험으로 봤을 때 아이의 관심이 있는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옆 집 아이는 4살 때 한글을 줄줄 읽었다, 아랫집 아이는 벌써 받침이 있는 글자를 다 쓴다는 등 이런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글을 빨리 안다고 똑똑한 것도 아니고 말을 빨리 잘한다고 리더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아이들은 세상에 있는 수많은 글자를 보며 지냅니다. 길 가다가 만나는 간판들, 버스나 자동차에 적힌 글자, 과자봉지에 있는 글자,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광고판, 식당의 메뉴판 등 주변의 수많은 글자들을 보며 알 수 없는 이상한 그림처럼 느끼게 됩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문득 궁금증을 갖고 질문합니다. 과자 봉지의 글자가 무엇인지 질문하거나 책 속에서 많이 보던 익숙한 글자를 가리키고 물어봅니다. 이렇게 글자에 관심을 보일 때가 한글 교육 시작의 적절한 시기입니다.
아이가 한글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행동
아이가 이런 행동을 보이면 한글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준비된 자세이니 놓치지 말고 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는 이제 한글을 알고 싶은 준비가 되었다고 부모에게 알려주는 행동입니다.
- 평소와 다르게 길가다 보이는 간판에 뭐라고 적혔는지 질문합니다.
- 자기의 이름 글자에 관심을 갖고 내 이름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합니다.
- 좋아하는 친구나 선생님 등의 이름을 써 달라고 부탁합니다.
- 손가락으로 글자를 짚어가며 책 읽는 흉내를 냅니다.
- 많이 보았던 친숙한 글자를 찾습니다.
- 글자를 가리키며 어떻게 읽는 것인지 질문합니다.
- 책 읽기에 흥미를 더욱 보이며 책을 자꾸 읽어달라고 합니다.
- 글자를 보며 마음대로 읽어봅니다.
- 단어 카드에 관심을 보이며 뭐라고 쓰여 있는지 질문하거나 그림을 보고 단어를 이야기합니다.
방법
유아들의 한글 교육이 주입식으로 이루어진다면 흥미가 떨어져 효과도 낮아집니다. 한글 교육은 단순하게 암기로 이루어져서는 안 됩니다. 유아교육기관에서 한글을 주입식으로 지도하지 않는 것은 한글 교육이 여러 가지 발달 영역에서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유아교육기관에서는 다양한 교구와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듣고 쓰고 말하고 읽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가정에서 한글 지도를 할 때에도 주입식 지도보다는 놀이나 일상경험을 통해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빨리 한글을 읽고 쓰게 하기 위해 조급한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합니다.
놀이를 통한 교육
한글에 대한 흥미를 갖고 있는 아이들에게 공부처럼 지도를 하면 흥미가 쉽게 떨어집니다. 재밌는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한글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지속해 나갑니다. 그림책으로 지도를 한다면 그림책의 글자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에 집중하지 말고 그 책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도록 재밌게 읽어줍니다. "여기 있는 글자가 '오이'라고 하는 거야."라고 먼저 알려주지 말고 아이가 질문할 때 알려줍니다. 아이가 관심 있어하는 글자를 적어서 집 안에 붙여주고 찾기 놀이를 한다든지 내 이름 찾기 게임, 글자 옆에 그림 붙이기 등 놀이를 통한 자연스러운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합니다.
일상생활 용품 활용하기
시중에 판매하는 단어카드나 교구 보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보는 과자봉지나 전단지 등을 활용하면 효과가 좋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 봉지 글자를 함께 오려 붙이며 단어카드를 만들어보거나 전단지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함께 찾아봅니다. 과자봉지나 전단지 등의 글자나 그림을 오려 붙여 한글 브로마이드를 함께 제작해 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한글 브로마이드는 많이 판매하고 있지만 아이가 흥미 있어하는 글자들로 부모와 함께 만든 브로마이드에 더 애착을 느끼고 좋아합니다.
이름표 붙이기
한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아이들은 내 이름 글자에 대해 관심과 애착을 보입니다. 아이의 이름표를 만들어 아이의 사물에 붙여줍니다. 아이는 내 사물에 내 이름이 있는 것을 보며 소유권을 갖게 된 것에 기뻐하고 나와 다른 사람의 물건도 구분하게 됩니다. 또한 이름표를 통해 내 이름과 다른 이름도 구별할 줄 알게 되고 친숙한 이름을 익힐 수 있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물건마다 함께 이름표를 붙여주는 것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애착인형이나 좋아하는 장난감, 좋아하는 장소 등에 이름을 붙여줍니다.
마무리
유아들의 한글 교육은 아이마다 그 적절한 시기가 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아이에게 무리한 한글 교육은 흥미를 떨어지게 하는 가장 안 좋은 방법입니다. 아이가 한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때 놀이와 일상생활에서 적절한 지원을 해 주면 자연스럽게 깨우쳐나갈 수 있습니다. 다른 아이가 한글을 더 빨리 알았다고 비교하지 말고 우리 아이의 시기를 기다려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한글 공부가 유아 시절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한글 공부 이전에 인성교육과 도덕성 교육, 기본적인 습관 기르기, 더불어 살기가 더 우선시돼야 한 다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